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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5 09:14:50.0
제목 : [주목받는 신품종] 12월 초까지 맛볼 수 있는 고당도 복숭아 | 디지털농업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 12월호 기사입니다.

국산 복숭아의 출하 시기가 큰 변화를 맞은 건 3년쯤 전이다. 9월을 끝으로 이듬해를 기약해야 했던 신선 복숭아를 12월 초까지 맛볼 수 있게 된 것. 이를 가능하게 한 품종이 극만생종 백도 <진치우홍>이다. ‘설아 복숭아’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첫선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설리’ ‘설도’ 등 다양한 이름으로 생산·유통되고 있다.

국내 신선과일 유통 현황을 보면 사과·배처럼 1년 내내 국산이 저장·유통되는 것이 있고, 포도·감귤류처럼 국산과 외국산이 어느 정도 시기를 구분해 유통되는 것이 있다. 국내 5대 과종(사과·배·복숭아·포도·감귤) 중 유통기간이 짧고 외국산이 대체 불가능한 것은 오직 복숭아뿐이다. 복숭아는 유모계를 기준으로 연중 4개월(6~9월)만 생과를 접할 수 있었다. 산지에서 재배하는 복숭아 품종 수가 100개를 훌쩍 넘는 최근까지도 이런 경향은 바뀌지 않았다.

초겨울까지 먹을 수 있는 복숭아 ‘진치우홍’.

이런 복숭아 시장에 몇 년 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겨울이 코앞인 11월에 신선 복숭아가 등장한 것. 백화점 등에서 극히 소량 유통된 이 복숭아는 ‘설아 복숭아’로 판매됐고, 당시엔 대전의 한 농가가 생산한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워낙 소량이라 먹어본 이가 적었으나 당도와 향·식감이 여름 복숭아에 못지않다고 소문나며 화제가 됐다.

2년여가 지난 지금, 경남 함양과 전북 순창 등에 산지가 조성돼 ‘설리’ ‘설도’ 등의 이름으로 시장에 출하되고 있다. 설아를 비롯한 이들 세 가지 이름의 복숭아는 모두 동일 품종이다. 팜스쿨 농업회사법인㈜(이하 팜스쿨)이 2023년 국립종자원에 품종등록을 완료한 <진치우홍>이 정식 명칭이다.

9월 이후 비대…후숙하면 쫀쫀한 식감에 향 진해져

이 품종이 국내에 도입된 건 10년 전쯤이다. 대전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던 이신용 씨(63·팜스쿨 대표)가 추가로 재배할 과수를 알아보던 중 중국에 극만생 복숭아가 있다는 걸 듣고 방문한 게 계기다. 이 복숭아는 2000년대 초 중국 산둥성의 한 복숭아농장에서 발견된 고당도의 대과종 동도(겨울 복숭아)로, 몇 년에 걸쳐 재배하며 품종의 균일한 특성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씨가 이 복숭아의 실생묘를 국내에 도입했고, 이를 심고 접수를 확보해 접목묘를 다시 심어 국내 적응성과 품종 특성 등을 확인했다. 4~5년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진치우홍이라는 이름으로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 출원했다. 이후 구별성(기존 품종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성)·균일성(재배하는 모든 개체에서 특성이 고르게 발현됨)·안정성(세대를 반복해 재배해도 품종의 특성이 변하지 않음) 등의 검증을 거쳐 2023년 품종으로 등록됐다.

복숭아 출하 기간을 늘리려 진치우홍(설아 복숭아) 품종을 도입하고 있다.

이 품종은 수세가 강하고 착과 수가 많은 풍산성이다. 과일 크기가 큰 편이고 모양도 복숭아에서 전형적인 편원형이다. 과일 경도가 높으면서 완숙과를 기준으로 당도는 15브릭스 안팎에 달할 만큼 높다. 후숙되면 쫀쫀한 식감에 향이 진해져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꽃 피는 시기는 여느 복숭아 품종과 같습니다. 남부 지역에서 좀 더 일찍 피지만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하고요. 착과 시기는 중만생종과 비슷한데 그 이후가 다릅니다. 여름 고온기에 생장이 멈췄다가 9월 초부터 과일이 커지며 숙기가 차고, 기온이 떨어지는 10월 중순에 수확해요. 늦더위가 있던 지난해와 가을장마가 발생한 올해는 숙기가 차기까지 시간이 더 걸려서 10월 하순부터 출하 중인데, 가을장마가 온 올해도 당도가 13브릭스 이상 나왔어요.”

순창에선 ‘설리’, 함양에선 ‘설도’ 복숭아로 상품화

이씨의 설명에 따르면 설아 복숭아는 물 빠짐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심어야 잘 자란다. 사방이 트인 곳보다는 2면 정도는 바람을 막아주는 지형이 적합하다. 나무를 심고 첫해는 나무 주변 1m에 잡초가 없도록 관리하고 수확 후에는 소독과 감사비료 등 일반적인 수준으로 관리하면 된다.

“재배상 이점도 있어요. 여름철에 생육이 멈추다시피 해서 열매 크기가 작으니 해충·병균이 덜 생깁니다. 관리가 편하고 약제도 덜 쓸 수 있죠. 그래도 친환경으로 생산하려 이중 봉지를 씌워 재배합니다. 속봉지가 기름종이 형태로 돼 있고 겉봉지도 바깥면이 코팅돼 있어서 농약과 물이 열매에 닿지 않아요. 그렇게 안전한 농산물이자 고당도 복숭아로 생산합니다.”

설아 복숭아 재배 농업인 이신용 씨.

현재 이씨의 농장에선 수확한 복숭아를 소포장하지 않는다. 무게별로 구분해 15㎏들이 대형 상자에 담아서 유통업체로 바로 보낸다. 찾는 곳이 많다 보니 산지에서 대용량 포장으로만 보내도 된다는 것. 직접 소포장하는 데 견줘 포장 자잿값과 인건비·시간이 상당히 절약된다.

설아 복숭아를 출하하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부터로 현재는 규모 있게 출하하고 있다. 주요 출하처는 이마트·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납품 유통업체이고 컬리 등 온라인 시장으로도 보낸다. 이 물량이 85% 이상이고 나머지는 지역 내에 출하해 소비자에게 설아 복숭아를 알리고 있다.

첫 출하 이후에는 각지에서 묘목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함양에서는 복숭아 재배 경험이 있는 농업인들이 이 품종을 심고 ‘설도’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했다. 농업회사법인 설도라는 이름으로 산지 조직화를 통해 2023년부터 출하 중이라고 한다. 순창에서는 140여 농가가 이 품종을 재배해 ‘설리 복숭아’란 이름을 붙였다. 지역의 구림농협이 주도해 체계적으로 생산·유통하고 있으며, 79농가가 참여하는 공동선별출하회를 결성해 ‘눈꽃 복숭아’로 브랜드화했다.

복숭아 농가 생산 시기 분산·소득 향상에 도움

팜스쿨이 현재까지 보급한 설아 복숭아(진치우홍) 묘목은 2만 그루 정도. 처음에는 복숭아가 아닌 다른 품목 농가가 주로 심었는데 지금은 기존 복숭아 농가들도 많이 찾는다. 경북 김천과 경남 진주 등 복숭아 산지는 물론이고 신규 지역에서도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설아 복숭아 재배지가 확산하면서 팜스쿨은 묘목 공급 유통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작목반 단위로 도입한다면 회원 농가당 50그루 이상, 개인 농업인이라면 100그루 이상 심는 곳을 위주로 보급한다. 법인 관계자들이 재배지에 찾아가 묘목의 무단 증식이나 복숭아의 불법유통을 모니터해 기존 재배 농가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

후숙하면 단맛과 과즙이 풍부해지고 향도 진해진다.

현재 설아 복숭아 묘목값은 요즘 인기 있다는 복숭아 품종의 2~3배 수준이다. 농가로선 초기 비용 부담이 큰 편이나 3년 차부터 출하할 수 있고 시장가격이 1㎏당 2만 원 가까이 돼 출하 2년 차엔 감가상각이 끝난다고 한다. 팜스쿨은 재배 농가에서 충분한 소득을 낼 수 있도록 묘목 공급량을 서서히 늘리고 재배 관리 요령도 알리고 있다.

“복숭아는 소비자가 꾸준히 찾는 과일이지만, 아무리 여러 품종을 심어도 한정된 시기에 수확·출하를 마쳐야 해 농작업 부담이 컸어요. 설아 복숭아는 기존 품종의 농작업 시기와 겹치지 않고 가을 이후에도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산지에서 설아·설리·설도 등의 상품명으로 생산·출하하며 소비시장이 늘고 있고요. 묘목 관리를 강화하고 생산이 늘어 소비자 구매 부담이 줄어든다면 초겨울에 맛보는 맛있는 복숭아로 롱런할 것으로 봅니다.”

글 김산들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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